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동적 행위는 막아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표피적으로 이념을 내건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진단입니다.
깃발을 들었던 이들을 믿었던 만큼, 지금의 진영 내 노선 투쟁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의 눈에는 당혹감이 역력합니다. 86세대에겐 안타까움이, 그로부터 심리적 거리가 먼 세대에겐 "내로남불"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차가운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두 반응 모두가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동안, 청년은 일자리를 잃고, 지역은 무너지고, AI의 과실은 소수에게 집중됩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정치는 정책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랩2050의 존재 이유입니다. 권한 없는 민간 연구소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어떤 정부의 의뢰도, 특정 기업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고 시민의 뜻을 구하고 결집하는 일에 가장 자유로운 조직입니다.
▷ 정치와 정책, 무엇이 다른가
정치는 '지금' 이기는 일에 골몰합니다. 정책은 10년 뒤 우리가 어떻게 더 잘 살게 될까를 묻습니다. 정치는 적을 규정하며 결집합니다. 정책은 문제를 규정하여 연대합니다. 한국 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더 치열한 정치 투쟁이 아니라, 더 정교하고 용감한 정책 언어의 생산과 확산입니다.
랩은 이 두 번째 질문들을 붙들고 있는 조직입니다. 누가 맞고 틀렸는가가 아니라, 청년의 삶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기술 전환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공론장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설계하는 곳입니다.
저는 랩2050 운영 이전부터 그간 정책지식생태계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말씀드려 왔습니다. 소셜코리아 책임편집위원 당시 정책을 주요 의제로 하는 '공론장' 활성화의 중요성에 천착하여 두 차례 공론화 포럼을 기획・진행하였고, 그 활성화를 위해 연구는 물론 역량 있는 미디어와 플랫폼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주요한 논의의 성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공론장은 1회성에 그치거나 요식 행위에 머무르는 한계를 크게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또한 미디어는 나날이 정파화, 표피화하는 기성 언론의 한계에 갇혀 정책 전문성 제고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 민간독립연구소가 우리사회에 왜 절실히 필요한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중립성을 넘어 우리 사회, 정치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념형을 상정하고 기획 설계하여 제시할 수 있는 '민간 독립 정책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저는 감히 단언합니다. 정부나 기업 연구소는 자율적인 '총체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정책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데이터 축적이나 전문가의 참여 만으로 확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정당 연구소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제가 아는 한 대한민국의 정당 연구소가 처한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고 정책 생산 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참담한 상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랩이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갖춰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특정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기대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의 확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갖춘다는 일은 당장 요원한 일이며, 랩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한발 한발 그 이상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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